학점, 학위 교육 기호 개발

교육도 사회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그러므로, 교육도 정보를 가지고 소통하고 정보는 코드를 가지고 이해되며 일상이 된다. 교육의 일상은 지식의 전달일 것이다. 교육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서의 교육언어, 즉, 기호가 엄연히 존재한다. 성적, 학점, 학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 모두는 코드에 맞게 작동되어 주류 프로그램속으로 포함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특히, 국가가 시스템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코드를 국가가 대부분 조절하기 마련이다. 교육전문가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스템을 운영한다. 대학이 그러하다.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주류 교육시스템의 코드에 맞추어 프로그램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자신의 언어와 기호를 우리 사회 교육시스템의 코드에 맞추기 위한 노력은 치열하고 눈물겹다. 여기서 배제되면 시스템 외의 사람, 구성원이 되고 만다. 물질로 치면 그냥 시스템 밖의 dirt개념과 다름 아니다.
교육기호개발 Street Smart 설명 듣기

학점없이도 학생들이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게 할 수 있을까? 학위없이 학생들이 대학에 오고 연구할 수 있을까? 대학의 교육자, 연구자로서 20년을 훌쩍 넘기면서 든 생각이다. 학점과 학위가 없어도 흥미있는 주제라면 강연, 세미나에 등록하고 열심히 참석하는 예가 최근 많은 것을 보면 불가능한 얘기는 아닌듯 하다. 그럼 왜 굳이 대학에 가서 꼭 수업을 듣고 연구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학점은 수강신청하여 수업을 무사히 마친 학생들의 순위다. 비약이 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학과 길거리 강의의 차이는 어쩌면 그 내용을 떠나 참석하는 사람들의 결과에 순위를 매기는지 여부에 있을지도 모른다. 국내 대학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학들이 대학 랭킹을 올리는데 열을 올리는 것을 보면, 어쩌면 대학을 유지하는 힘은 그 무엇도 아닌 대학 랭킹이다. 학생들은 높은 랭킹 대학에서 높은 랭킹을 얻기 위해 그 대학에 가려고 한다.

대학을 내용과 제도 측면에서 개혁한다고 해서 대학 랭킹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개혁이 성공하면 랭킹이 때론 상승하여 해당 대학이 높게 평가되는 정도다. 랭킹을 높이기 위해 대학 개혁을 하는지 그 반대인지 때론 혼란스럴 정도이다. 교육자인 교수도 예외는 아니다. 논문 게재의 수, 논문 인용지수가 교수들의 랭킹을 매기고 있다. 이는 다시 대학의 랭킹과 연결된다. 학생들은 학점을 힘들어 한다. 하지만 높은 학점, 즉, 랭킹이 높으면 성취감을 느끼고 결국 학점으로 만들어진 랭킹과 대학 학위가 자신들의 스펙이 된다. 수업내용, 수업방식, 입학제도, 평가 제도 등을 아무리 바꾸어도 결국 랭킹이다.

“그럼 학점과 학위를 바꾸면 되겠네” 라는 너무나 뻔하고 쉬운 답이 있다. 하지만 학점, 학위, 즉, 랭킹이 없으면 대학을 유지하기 힘드니, 가능한 모든 대학교육 개혁을 고민하고 시도하면서도 학점과 학위 만큼은 건들지 않는다. 상아탑의 철옹성 같은 존재이다. 학점과 학위는 대학의 호위무사이다. 학점과 학위로 문제는 발생하지만 그것으로 또한 존재감을 지키는 셈이다.

학점과 학위는 대학교육의 소통 도구이다. 수업이 진행되고 있을 때는 수업에 포함된 지식, 토론 주제, 발표형식, 함께 한 동료학생들과의 토론, 교수의 강의 특성 등이 얘기 거리가 된다. 하지만 학기가 끝나고 졸업한 후에는 세세한 수업의 콘텐츠는 더 이상 수업의 의미를 담아 소통되기 힘들다. 수업을 얘기하는 도구가 되지 못한다. 오로지 학점만 남는다. 수학, 철학, 공학, 인공지능 등 수업의 종류에 관계없이 수업과목이름 옆에 학점만 찍힌다. 사람들은 그 학점만 확인하고 학점으로 학생을 평가한다. 학점을 일단 받으면 영원히 학생을 떠나지 않는다. 대학교육 소통의 언어, 즉, 기호는 학점일 뿐이다. 학점없이는 대학수업을 받은 사람을 얘기할 수 없고 평가할 수도 없다. 오직 학점만이 평가할 수 있는 언어가 되어버렸다.

대학은 용돈이 아니면 손자, 손녀에게 애정을 전달하기 힘든 할머니를 닮았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학점이란 용돈을 줌으로써 사회와 소통한다. 현재 대학교육은 소통 기호의 부재라는 한계를 갖는다. 거대한 몸집만 갖고 유지시킬 혈액이 부족하다.

수업이 시작하기 전 교재, 자료와 함께 “스트릿스마트(Street Smart)” 어플을 연다. 어플을 열면 대학입학 후 지금까지 들어 왔었던 여러 수업들의 리스트와 함께 곧 시작할 수업의 이름과 이번 주 토픽이 보인다. 오늘 토픽을 클릭한다. 수업이 시작되면 지식들이 오가고 관련 토론들이 이루어진다. 교수의 강의가 인공지능임에도 오늘따라 유난히 공동체 관계가 강조된다. 학생들은 교수의 강의에 “관계(relation)”의 기호에 한 표를 보낸다. 이번에는 한 학생이 인공지능의 사회적 관계에 대하여 질문을 했는데, 관계 속에 서 새로운 인공지능의 아이디어로 발전될 수 있을듯 하다. 질문한 학생에게 다른 학생들과 교수는 이번에는 “아이디어(idea)” 기호를 준다. 인정을 해 준 거다. 수업이 무르익어 가자 교수는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심층 토론을 진행하도록 유도한다. 심층 토론 후 팀별 발표를 하는데, 팀별로 인공지능, 관계 등이 사회의 새로운 흐름, 질서 등을 제시하는 성과가 보인다. 발표를 한 팀 구성원 전부에게 이번에는 “가능성(possibility)” 기호에 한 표 클릭한다. 팀별 토론과 발표 후, 수업이 마무리되어 간다. 교수의 정리와 함께 학생들은 자신들의 소감을 얘기하기 시작하는데, 지식 차원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라는 주제와 개별 토픽에 대해서 감각적인 인식이 마구 생겨난다. 학생들은 이런 자극을 주는 동료 학생들과 교수에게 그 때 마다 “인식(quantitative perception)” 평가기호를 던진다. 수업이 끝나면 모든 사람들은 해당 수업의 타이틀, 세부 주제별로 성적표를 받게 된다. 성적표에는 “인식”, “아이디어”, “관계”, “가능성”별로 몇 표를 받았고, 수업동료들에게 각각 몇 표씩을 주었는지 정리되어 있다. 개별 토픽, 이번 주 수업, 한 학기, 해당년도, 대학 전체에 대해 이렇게 성적표가 만들어 진다. 이 성적표로 취업할 때 제출하고, 플랫폼에 공개된 성적표를 이용하여 기업은 직장 동료를 구한다. 창업을 원하는 사람은 최적의 동료를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찾을 수 있다. 지금의 학점과 다른 것은 스트릿스마트 성적표에 는 등수, 랭킹이 없다. 하지만 수업 진행 중에 일어났던 주제별, 토픽별 상황 들을 상상할 수 있는 대화의 도구, 기호를 제공한다.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파트너를 찾아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스트릿스마트는 교육평가 플랫폼이며, 획일적인 학점을 대신하는 기호인 “인식, 아이디어, 관계, 가능성”을 통해 서로를 평가한다. 아무리 평가해도 등수로 차별하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수업 당시의 생생한 의미를 담아 제공할 수 있는 교육평가시스템 기호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함께 할 가능성이 높은 최적의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인식, 아이디어, 관계, 가능성” 인가? 굳이 4가지 여야 하고 하필 그런 항목으로 정해져야 하는가? “인식”은 정량적 감각을 대변한다. “아이디어”는 정성적 지식을 대변하며, “관계”와 “가능성”은 관계성 개념과 형성되는 현상을 나타낸다. 4가지 분류는 아리스토텔레스, 임마누엘 칸트의 개념 카타고리에서 가져왔다. 하지만 철학적 개념을 꼭 알지 못하더라고 상관없다. 4가지 개념은 일상 속에서 무수히 사용되어 왔고 익숙한 개념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서로를 인정해 주고 가치를 높이 사주는 평가행위를 할 수 있다. 선택된 항목들은 이를 그냥 도와줄 뿐이다. 감각적 “Matter (M)”, 생각과 지식의 “Idea(I)”, 관계를 원인관계와 공동체 관계로 보는 “Logic (L)”, 사회속에서 새롭게 형성될 수 있는 “Possibility (P)”를 MILP로 기호화하였고, 어플을 통해 상황에 맞추어 M, I, L, P를 주고 받는다.

2020년 1년간 스트릿스마트 아이디어와 관련 개념들이 사이언스월든에서 토론되면서 조금씩 구체화되었다. 2021년 1학기 유니스트 대학 내 2가지 수업에서 실제 적용되었다. 과학인문학과 음악실습 과목이 었다. 강의 뿐만 아니라 중간시험, 프로젝트를 발표할 때 서로를 평가하는데 활용되었다. 학생들은 스트릿스마트 성적에 반영되므로 참여했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의 발표를 들으며 색다른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동료의 발표와 의견을 듣고 4가지 평가 항목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하므로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이 받은 것 뿐만 아니라, 특정 주제와 토픽에 대해서 동료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자신의 스트릿스마트 기록에 남게 된다. 수업이 끝난 학생들은 색다른 성적표를 보면서, 자신이 M, I, L, P를 각각 몇개 받았고 또 주었는지를 곰씹어 볼 기회를 갖는다. 6월 25일 진행된 사이언스월든 전체 연구원들간의 미팅에서도 스트릿스마트 평가가 이루어 졌다. 다들 생소해 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었을 수 있다. 어찌 되었건 서로를 MILP에 따라 평가한 결과 기록은 남는다. 수업, 미팅 결과 얻게된 성적표에는 등수가 없는 대신 주제와 토픽에 대해 그 순간 서로를 어떻게 감각하고 생각했는지 상황을 대변하는 기호를 남긴다. “결과를 보니 내가 “가능성”을 유난히 많이 준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난 특정 항목을 많이 받았는데 어떤 항목이 제일 좋은거에요?”, “다른 동료의 스트릿스마트 성적표를 보니 그 사람 성격과 비슷한거 같아요” 등의 반응을 접하면서, 스트릿스마트의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된다.

두가지 성적표가 가능하다. 첫번째 성적표에는 학기별로 수강한 과목옆에 학점이 있고 총 학점과 평균이 표시되어 있으며, 필요하면 평가대상 인원 중 몇 등인지 순위가 표시된다. 지금 대학 성적표다. 이에 반해 스트릿스마트 성적표는 수강한 과목에서 주제와 토픽에 대해 어떻게 감각하고 생각했으며, 어떤 관계와 가능성을 형성했는지 기호로 제시한다. 기호인 평가지표는 총 갯수로도 간단하게 요약되어 표시될 수 있고 복잡한 개별 상황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플랫폼에서 찾을 수도 있다. 한 장으로 또는 두꺼운 보고서 분량의 책으로도 표현된다. 디지털 데이터화된 성적표이다. 지금 대학 성적표와는 달리 상황에 대한 특성을 기호로 제공할 뿐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